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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호

결혼식 사진은 말합니다.


결혼식 입장 바로 전 숨이 가빠지며 불현 듯 떨림이 찾아오는 이유는, 지금껏 자신을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을 지켜봐온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며 ‘평생 지켜줄 사람’을 소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장에 모인 하객들은 단순히 ‘초대받은 손님’ 이 아닙니다. 신랑과 혹은 신부와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지켜봐온 고마운 사람들이며, 모두가 신랑과 신부 개개인의 삶 속에서 참 괜찮았던 순간들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제 이 사람의 아내입니다.”,

“저는 앞으로 제 아내를 평생토록 지켜주겠습니다.”

부모님과 하객 앞에서 또렷하게 읽어 내려가는 서약서에 부모님 당신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는 이유는 그대가 이미 걸어온 굴곡 진 길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 이라는 축복이며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기도 한 그 길을,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겠다는 모습에서 떠나보내는 서운함과 기특함이 뒤섞인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복 받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혼식 날은 그 공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선이 큰 진폭을 이루는 파장처럼 신랑 신부 주위를 감쌉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신랑 신부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미묘하게 느낄 수 있는 그 섬세한 감정의 흐름. 결혼식이 끝나면 곧 공기 중에 흩어져 날아가 버릴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법은 ‘사진’ 으로 담는 것입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두 사람의 일상 어느 무렵 즈음 결혼식 사진을 꺼내보았을 때, 당신이 사진을 넘겨보는 속도가 천천히 잦아든다면, 그러다가 어느 한 장에서는 한참을 머무른다면 그 사진은 제대로 된 ‘사진’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혼식 사진은 말합니다. 그 날 그 때 그 시간 안에 명징히 존재했었던 소중한 감정들을 잊지 말라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혼’ 에 대해 무뎌질 때 쯤 다시금 사진을 꺼내 보며 사람들에게 품었던 감사한 마음, 이 사람을 반드시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던 그 날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입니다.

#humanism #weddingessay #wedding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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