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nie6272
본식스냅을 선택한 이유
시간이 흐르고 기억으로 남는 것만 기억하고 싶어서요.
잊히는 것들은 그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일일이 기록하면,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녀는 신혼여행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왜냐고 물었고 그녀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여행이니까요.
하루하루 원하든 그렇지 않든 무언가를 끊임없이 채우며 살아왔는데, 여행지에서만큼은 기계적이고 강박적인 채움을 멈춰도 되잖아요.
그 곳에서 만큼은 비워내자.
다 비워내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에 남는 시간들만 가지고 가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카메라를 두고 가는 거예요.
그런데 결혼식 사진은 왜 ...?
여행은 그런데, 결혼식은 다르잖아요.
나를 이 사람을 각자의 부모님을 축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데 모이는 날.
저와 신랑을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지켜봐온 사람들이 모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요.
저와 눈을 맞추고 손도 꼭 쥐고 웃고 장난도 치며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진심어린 축하의 의미를 건네겠죠.
더러는 저를 보자마자 눈시울부터 붉힐 거에요.
아는 거잖아요.
우리 둘이 결혼까지 이르게 된 그 역사가 담긴 이야기를요.
그 순간순간을 절대로 잊히게 놔두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둘을 바라보며 그들이 품을 그 감정들을 오래토록 간직하고 꺼내보고 싶었어요.
부모님이 그들의 오래된 지인을 맞이할 때의 반가움, 우리를 바라볼 때의 표정과 나와 눈이 마주칠 때 묘하게 변할 그 눈빛까지 사진이 아니면 결코 남길 수가 없는 것들이니까요.
결혼식장에서의 모든 장면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에 담아두고 싶어서,
그래서 결혼식 사진을 의뢰 드리게 된 거에요.
궁금증이 조금 풀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