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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호

사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앙드레 지드는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라고 말했다. 예술가가 예술가이기 위해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 한다는 얘기일 터. 그런데 결혼식 사진을 담다 보면 큰 변주 없는 촬영 환경에 으레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반복' 이 주는 무뎌짐. 무뎌짐은 곧 일상화의 시작을 가리키고, 어떤 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것에는 별반 색다를 것도, 특별할 것도 없어진다. 일단 그렇게 매너리즘이 시작되버리면 창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태' 되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난 매번 현장에 나가기 전, 앙드레 지드의 말을 떠올린다. 너무도 일상적인 것, 그냥 지나치는 것들 안에서 내가 볼 수 있는, 담아낼 수 있는 것들은 뭘까. 그대의 결혼식이 단 한번 뿐이듯이, 내게도 그대의 결혼식을 담는 순간은 단 한번 뿐임을 되새긴다. 일상의 비일상화를 위해. 그래서 더 다채로운 장면들을 담아내기 위해. 그래서 일이 끊기지 않아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상환하기 위해. 응?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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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초입은 쌀쌀했고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밖에는 저마다 옷깃을 여민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했다. 창 밖으로 희미하게 눈발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녀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다. 이 남자랑 결혼해야겠다. 싶었던 순간이 혹시 있었나요?" 순수하게 궁금했고 그 순수한 의도를 그녀도 왠지 이해해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