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호
신부입장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당신이 가장 아끼는 양복을 꺼내어 입은 아버지.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고 수줍게 웃는 신부는 아버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올려놓습니다. 이제 곧 문을 열고 나서며 온 하객들의 시선을 받게 될 떨림보다 아버지의 손이 이렇게 작았었나, 불현듯 찾아온 어색한 당혹감에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 없으신 당신의 눈가엔 어느새 주름이 가득하고, 숱도 부쩍 줄어든 머리카락 사이 희끗한 새치가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동안 참 무심했구나. 아버지에 대한 죄송함에 가슴 한켠이 아릿한 순간 문이 열리고, 저 멀리 긴장감 가득한 신랑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버지는 말 없이 딸의 손을 더욱 꼭 쥐며 한 걸음 천천히 내딛습니다. 신부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이것이 부모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려는 긴 여정의 시작임을,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가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가슴 깊이 아로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