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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호

내가 아닌 그대의 행복


12월의 초입은 쌀쌀했고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밖에는 저마다 옷깃을 여민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했다.

창 밖으로 희미하게 눈발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녀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다. 이 남자랑 결혼해야겠다. 싶었던 순간이 혹시 있었나요?"

순수하게 궁금했고 그 순수한 의도를 그녀도 왠지 이해해줄 것만 같았다. 그녀가 커피잔을 감싸쥔 채 말했다.

"어느 날, 이 사람이 환하게 웃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곤 저까지 너무 행복한거 있죠. 생경한 느낌이었어요. 행복한 사람을 보고 나까지 행복해진다. 라는 경험이 그다지 제 인생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라는걸 깨달았어요. 물론 가까운 사람의 행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으로 기꺼이 응원과 공감을 보내지만 그 사람의 행복만큼 나까지 행복해지기는 어렵잖아요. 아닌가요?"

그녀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약간의 들뜸이 묻어나있었고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그러하듯 희망 같은 무엇이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뒤 저 멀리서 그새 어깨와 머리에 내려앉은 눈을 털며 그가 걸어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하며 웃음 짓는 그를 보니 그녀가 말한 행복해지는 기분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그/그녀의 결혼식이,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이 둘의 결혼식이 너무나도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 제게 와주셔서 고마워요. -fin-

#weddingessay #humanism #웨딩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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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헤어지는 이유는 이 사람과 심하게 싸워서도,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여주어서도, 굉장히 큰 잘못을 저질러서도 아니예요. 헤어지겠다 결심하는 이유는 함께 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날아가버렸을 때예요. 상대방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으면,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