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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함께


사실 헤어지는 이유는 이 사람과 심하게 싸워서도,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여주어서도, 굉장히 큰 잘못을 저질러서도 아니예요. 헤어지겠다 결심하는 이유는 함께 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날아가버렸을 때예요. 상대방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화를 누그러뜨리고 분노와 실망에 잠식당한 이성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 까지 일단은 두고봐요. 상대방 곁에서 반 걸음 정도 물러서서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기다린다고 할까요. 어쨌든 상대방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터벅터벅 떠나지 않아요.

 

그래도 이 사람과 함께 할 앞으로를 그려보면 까짓거 맞춰가거나 내가 양보하거나 하면 되겠지 뭐. 하고 스스로 적당히 수긍할만한 타협을 이끌어 내거든요. 그 동안 상대방도 열을 식힌 후 스스로 타협안을 가지고 나타나겠죠. 서로가 서로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사랑은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무한한 희망과 그 희망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인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제게 그래서 희망이고 믿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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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초입은 쌀쌀했고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밖에는 저마다 옷깃을 여민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했다. 창 밖으로 희미하게 눈발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녀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다. 이 남자랑 결혼해야겠다. 싶었던 순간이 혹시 있었나요?" 순수하게 궁금했고 그 순수한 의도를 그녀도 왠지 이해해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