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함께
사실 헤어지는 이유는 이 사람과 심하게 싸워서도,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여주어서도, 굉장히 큰 잘못을 저질러서도 아니예요. 헤어지겠다 결심하는 이유는 함께 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날아가버렸을 때예요. 상대방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화를 누그러뜨리고 분노와 실망에 잠식당한 이성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 까지 일단은 두고봐요. 상대방 곁에서 반 걸음 정도 물러서서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기다린다고 할까요. 어쨌든 상대방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터벅터벅 떠나지 않아요.
그래도 이 사람과 함께 할 앞으로를 그려보면 까짓거 맞춰가거나 내가 양보하거나 하면 되겠지 뭐. 하고 스스로 적당히 수긍할만한 타협을 이끌어 내거든요. 그 동안 상대방도 열을 식힌 후 스스로 타협안을 가지고 나타나겠죠. 서로가 서로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너무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사랑은 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무한한 희망과 그 희망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인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제게 그래서 희망이고 믿음이예요.